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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본 곳은 많은데 바뀐 곳은 적다

업계 조사를 보면 숫자가 화려합니다. 포춘 500 기업의 68%가 AI 에이전트를 운영하거나 파일럿 중이고, 직원 79%가 개인 업무 성과가 나아졌다고 답했습니다.그런데 같은 종류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60%는 여전히 실험 또는 시범 단계에 머물러 전사 확장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두 숫자를 겹쳐 보면 지금 상황이 보입니다. 도입은 넓고 확산은 좁습니다.무엇이 달라지는 기술인가구분 기준은 단순합니다. 사람이 매 단계를 확인해야 하는가입니다.지금까지의 AI는 답을 만들어주고 실행은 사람이 했습니다. 개인 생산성에 기여하는 도구였죠. 에이전트는 목표를 받아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호출해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합니다.그래서 효과의 성격도 다릅니다. 전자는 "내가 빨라지는" 것이고 후자는 "업무 흐름이 바뀌는..

IT 2026.10.07

제각각 실험하다 한 형태로 모이는 중

폴더블폰이 처음 나온 게 2019년입니다. 7년이 지났는데 아직 "살 만한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카테고리죠.그런데 올해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애플이 첫 폴더블을 내놓으면서 출하량이 전년 대비 20~30%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 나왔고, 시장 규모도 2031년까지 세 배 가까이 성장할 거라는 예측이 나옵니다.더 흥미로운 건 형태가 한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수렴하는 폼팩터초기에는 접는 방식이 제각각이었습니다. 세로로 접는 플립, 책처럼 펼치는 북타입,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 당겨서 늘리는 롤러블까지요.지금은 북타입으로 모이는 중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체 폴더블 출하량에서 북타입 비중이 52%에서 76%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그리고 그 안에서도 더 구체적인 수렴이 보입니다. 가로로..

IT 2026.10.07

가격이 변하는 것과 나에게만 다른 것

항공권 가격이 어제와 오늘 다른 건 익숙합니다. 그런데 같은 시점에 나와 옆 사람의 가격이 다르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올해 들어 이 문제가 규제 논의의 중심에 들어왔습니다. 미국 FTC가 8월에 집행 정책 성명을 제안했고, 주 단위로는 24개 주에서 40건 이상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두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논의가 자주 섞이는데, 성격이 다릅니다.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수요와 시간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것입니다. 성수기 항공권이 비싸고 비 오는 날 차량 호출 요금이 오르는 식이죠. 중요한 건 같은 시점에는 누구에게나 같은 가격이라는 점입니다. 공급과 수요를 반영하는 방식이고 오래 쓰여왔습니다.**개인화 가격(personalized pricing)**은 다릅니다. 개인 데이터를 분석해 그 사람이 얼마까지 낼 ..

IT 2026.10.07

막는 것이 아니라 빨리 찾는 것이 목적이다

2026년 4월부터 국내 항공사의 보조배터리 규정이 강화됐습니다. 160Wh 이하 1인당 최대 2개, 기내 사용 및 충전 전면 금지, 머리 위 선반 보관 금지까지요. 일본도 같은 시기에 비슷한 조치를 시행했고, 유럽 항공사들도 움직였습니다.규정만 보면 과하다 싶은데, 각 조항의 이유를 보면 일관된 논리가 있습니다.바뀐 내용핵심은 네 가지입니다. 개수 제한(160Wh 이하 2개), 기내 사용·충전 금지, 선반 보관 금지, 단자 절연 처리.여기서 눈에 띄는 건 좌석 USB 포트로 보조배터리를 충전하는 것도 금지됐다는 점입니다. 폰을 충전하는 것뿐 아니라 보조배터리 자체를 충전하는 것도 안 됩니다.그리고 용량이 작아도 개수 제한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100Wh짜리 작은 것 3개는 안 되고 2개까지만 됩니다.각..

IT 2026.10.07

사람이 읽을 수 없는 유일한 링크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올해 4월 QR코드를 이용한 사기, 이른바 큐싱(Qshing) 피해가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이 공격이 흥미로운 건 기술적으로 정교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스티커 한 장이면 성립하거든요.QR이 다른 링크와 다른 점일반 링크에는 판단할 근거가 있습니다. 주소가 글자로 보이고, 마우스를 올리면 실제 목적지가 표시됩니다. 16일차 이메일 인증 글에서 다룬 피싱 메일도 결국 발신 도메인이나 링크 주소를 보면 단서가 나옵니다.QR코드는 다릅니다. 사람이 내용을 읽을 수 없는 유일한 일상 인터페이스입니다. 흑백 패턴만 보이고, 스캔해서 접속한 뒤에야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그래서 가짜와 진짜를 육안으로 구분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관련 안내에서도 이 점을 반복해서 지적..

IT 2026.10.07

항목이 늘어난 게 과학 발전 때문만은 아니다

소비자가 병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받을 수 있는 유전자 검사를 DTC(Direct To Consumer)라고 합니다. 침이나 구강 상피세포를 보내면 결과를 받는 방식이죠.국내 허용 항목 변화를 보면 흥미롭습니다. 2016년 12개로 시작해 56개, 70개, 81개, 101개, 129개를 거쳐 165개까지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 확대가 전부 과학적 근거가 쌓여서는 아니었습니다.무엇을 알 수 있나국내 DTC는 웰니스 항목 중심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체질량지수, 콜레스테롤, 비타민 농도, 피부 노화, 모발 굵기, 탈모 경향 같은 것들이죠.최근 추가된 항목을 보면 범위가 짐작됩니다. 왼손잡이/오른손잡이, 과일 선호도, 탄수화물 음식 선호도, 간식류 선호도 같은 개인 특성 항목이 들어갔고, 골강도·골격근량·심박수..

IT 2026.10.06

만드는 것과 쓰이게 하는 것은 다르다

"소버린 AI"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정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5개 팀이 각자 모델을 개발해 단계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그런데 이 논의가 자주 "우리도 GPT 같은 걸 만들자"로 단순화됩니다. 실제로는 그보다 층위가 많은 문제라 정리해봤습니다.네 가지 주권소버린 AI는 보통 네 가지 요소로 설명됩니다. 데이터, 컴퓨팅, 모델·소프트웨어, 규범·윤리 주권요.개념적으로는 포함 관계로 정리됩니다. 국가 주권 안에 디지털 주권이 있고, 그 안에 AI 주권이 있고,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은 그걸 실현하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라는 거죠.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네 가지를 전부 자립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연산 자원만 해도 ..

IT 2026.10.06

텍스트를 거치지 않자 대화가 가능해졌다

AI 스피커는 10여 년 전 크게 주목받았다가 조용히 사라진 카테고리입니다. 아마존 에코, 구글 홈, 애플 홈팟, 국내에서는 네이버 클로바와 카카오 미니까지 나왔는데 대부분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그런데 최근 다시 움직임이 보입니다. LG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음성 대 음성 AI를 스마트홈 허브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고, 오픈AI는 화면 없는 이동형 스피커를 준비 중이라고 알려졌습니다.같은 카테고리가 다시 시도되는 이유는 인식 기술이 아니라 처리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무엇이 문제였나예전 음성 비서가 안 쓰인 이유를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로 기억하기 쉬운데, 정확하지 않습니다. 음성 인식 자체는 꽤 정확했습니다.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인식한 문장을 이해하고 적절히 실행하는 부분이요. 미리 정의..

IT 2026.10.06

충전 기술이 아니라 인증 체계 이야기다

전기차 충전 과정이 바뀝니다. 10월 1일 국가 플러그 앤 차지(PnC) 인증체계 시연이 있었고, 10월 말부터 공공 급속충전기 30기에서 시범 운영이 시작됩니다. 연말까지 검증을 거쳐 2027년 2월 공식 서비스가 목표입니다."케이블만 꽂으면 끝"이라는 설명을 보면 충전 기술 이야기 같은데, 들여다보면 인증 체계 이야기입니다.무엇이 줄어드나지금은 충전할 때 사업자 앱을 실행하거나 회원카드를 태그하고, 충전기 화면에서 결제 방식을 고르는 과정을 거칩니다. 보도에 따르면 5~6단계에 이릅니다.PnC는 이걸 "케이블 연결 → 자동 인증 → 충전 → 자동 결제"로 줄입니다. 차량에 저장된 인증서를 충전기가 읽어서 이용자를 확인하는 방식이죠.최초 한 번만 회원가입과 결제수단 등록을 하면, 이후에는 카드나 앱을 ..

IT 2026.10.06

고장나서가 아니라 지원이 끊겨서 버린다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바꾸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고장나서인 경우가 생각보다 적습니다. 느려졌거나, 업데이트가 안 되거나, 쓰던 앱이 더 이상 지원하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죠.하드웨어는 멀쩡한데 소프트웨어 때문에 수명이 끝나는 겁니다. 이게 제도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수명을 끝내는 두 가지물리적 수명은 전통적인 문제입니다. 배터리가 닳고 부품이 고장납니다. 고치면 쓸 수 있는데, 부품을 구할 수 있고 수리 정보가 공개돼야 가능합니다. 여기서 나온 게 수리할 권리 논의입니다.EU는 제조사가 수리 부품을 최소 10년 보유하고 같은 기간 수리 매뉴얼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여러 주에서 법제화가 진행됐고, 압력이 쌓이면서 애플도 셀프서비스 수리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소프트웨어 수명은 더 까다..

IT 2026.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