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37

발표와 양산 사이의 거리

"주행거리 1,000km, 10분 충전, 화재 위험 없음." 전고체 배터리 기사에서 반복되는 문구입니다. 그런데 이 얘기를 들은 지도 몇 년째죠.28일차에 휴머노이드를 정리하면서 "데모 영상과 24시간 안정 가동 사이의 거리"를 얘기했는데, 배터리는 그 거리가 훨씬 더 정직하게 드러나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숫자로 확인되니까요.원리는 단순하다지금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액체 전해질이 있습니다. 이온이 이 액체를 통해 오가면서 충방전이 됩니다.문제는 이 액체가 가연성이라는 점입니다. 충격이나 과열로 내부 단락이 생기면 발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분리막, 냉각 시스템, 보호 회로 같은 안전 장치가 붙고, 그만큼 무게와 부피를 먹습니다.전고체는 이 전해질을 고체로 바꿉니다. 그러면 세 ..

IT 2026.09.27

MIT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npm install 한 번에 수백 개 패키지가 딸려 들어옵니다. 그중 라이선스를 확인해본 게 몇 개나 될까요. 저는 솔직히 거의 없습니다.20일차에 AI가 추천한 패키지를 설치하는 보안 위험을 다뤘는데, 법적 위험도 비슷한 구조로 쌓입니다. 확인하지 않은 채 쌓이다가 배포 시점에 터지는 식이죠.오픈소스는 "조건부 허용"이다가장 흔한 오해부터 짚으면, 오픈소스는 "마음대로 써도 되는 코드"가 아닙니다. 저작권자가 특정 조건을 지키면 쓰라고 허락한 것이고, 조건을 어기면 무단 사용이 됩니다.MIT는 가장 자유롭습니다. 수정, 재배포, 상업적 사용, 사유화까지 다 됩니다. 그런데 의무가 없는 건 아닙니다. 저작권 고지와 라이선스 전문을 사본에 포함해야 합니다.여기서 실무적으로 자주 놓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

IT 2026.09.27

세계 최초로 법을 만들고도 달라진 게 없었던 이유

한국은 2021년 9월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의9, 세계 최초였습니다.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규제의 실질적 진전은 EU와 미국 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법을 만든 쪽이 뒤처진 이 상황이 규제 설계 관점에서 흥미로워서 정리해봤습니다.법은 지켜졌는데 목적은 달성되지 않았다법의 내용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말라"였습니다. 애플과 구글은 이에 맞춰 외부결제를 허용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준수입니다.문제는 그 외부결제에도 약 26%의 수수료를 부과했다는 점입니다. 기존 인앱결제가 30%였으니, 개발사 입장에서는 결제 시스템을 따로 붙이는 수고와 결제대행 수수료를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였습니다. 선택지는 생겼는데 고를 이유가 없어진 거죠. "법안 무력화"라는..

IT 2026.09.26

유심 트레이가 사라지는 이유

아이폰 에어는 전 세계 모델에서 물리 SIM 슬롯을 없앴습니다. 최신 아이패드도 eSIM만 지원하고요. 미국판 아이폰은 14 시리즈부터 트레이가 없습니다.기기 제조사가 이 방향으로 가는 이유는 분명한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불편해지는 지점도 있습니다. 양쪽을 정리해봤습니다.제조사가 없애고 싶어하는 이유유심 트레이는 기기 설계에서 꽤 비싼 부품입니다. 카드 슬롯 자체가 공간을 먹고, 외부로 뚫린 구멍이라 방수 설계에 부담이 됩니다. 실링과 개스킷이 들어가야 하고 고장 지점도 하나 늘죠.아이폰 에어처럼 두께를 극단적으로 줄인 기기에서는 이게 결정적인 제약이 됩니다. 실제로 하드웨어 제약 때문에 물리 SIM 모듈을 뺐다고 알려졌고, 그 결과 중국 본토에서 정발된 첫 eSIM 지원 아이폰이 됐습니다. 그동안 중국..

IT 2026.09.26

스마트홈에도 USB-C가 필요했다 - 매터 표준 정리

1일차에 MCP를 정리하면서 M×N 문제 얘기를 했습니다. AI 앱이 M개, 도구가 N개면 연동이 M×N개 필요해진다는 거요. 그런데 이 구조는 AI가 처음 겪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스마트홈이 10년 먼저 같은 벽에 부딪혔거든요.매터(Matter)가 그 답으로 나온 표준입니다.왜 필요했나스마트 전구를 사면 그 회사 앱을 깔고, 스마트 플러그를 사면 또 다른 앱을 깔았습니다. 폰에 앱이 다섯 개씩 쌓이고, 브랜드가 다르면 연동이 안 됐습니다. "밤 11시에 불 끄고 플러그 차단" 같은 자동화가 브랜드 경계에서 끊기는 거죠.기술적 원인도 있었습니다. 기존에 많이 쓰인 지그비(Zigbee)는 자체 주소 체계를 썼는데, 종단 식별자가 1~240개 수준이었고 외부망 연결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됐습니다. 그래서 다..

IT 2026.09.25

설치할 땐 착했던 확장 프로그램

브라우저에 깔린 확장 프로그램이 몇 개나 되시나요. 저는 세어봤더니 열한 개였고, 그중 넷은 언제 왜 깔았는지 기억이 안 났습니다.20일차에 AI가 추천한 패키지를 설치하는 위험을 다뤘는데, 확장 프로그램은 그보다 더 직접적입니다. 우리가 매일 로그인하는 모든 사이트 위에서 돌아가니까요.구조적으로 위험한 설계권한이 지나치게 넓습니다. 많은 확장이 "모든 웹사이트의 데이터 읽기 및 변경" 권한을 요구합니다. 이 권한이 있으면 방문 사이트, 입력 내용, 로그인 상태에 전부 접근할 수 있습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순간의 DOM도 포함해서요.문제는 이게 과한 요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광고 차단기나 번역 도구는 실제로 모든 페이지를 읽어야 동작합니다. 그래서 사용자가 권한 화면에서 판단할 근거가 없습니다. 정..

IT 2026.09.25

가짜를 찾는 대신 진짜를 증명한다

6일차에 AI 기본법을 정리하면서 "AI가 만든 건 표시해야 한다"는 의무를 다뤘습니다. 그때는 제도 얘기였는데, 그 표시를 실제로 어떻게 구현하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찾아보니 업계가 두 갈래로 접근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 둘의 발상이 정반대라는 게 흥미로웠습니다.두 가지 접근워터마크 방식은 AI 생성물에 사람이 알아챌 수 없는 신호를 심어둡니다. 이미지라면 픽셀 패턴에, 텍스트라면 단어 선택 확률 분포에 흔적을 남기는 식입니다. 탐지 도구를 돌려야 확인되고요.구글은 SynthID로 제미나이가 만든 텍스트·이미지·영상에 적용하고 있고, 누적 1,000억 개 이상의 이미지와 영상에 워터마크를 넣었다고 밝혔습니다. 앤트로픽도 EU AI법 투명성 의무에 대응해 클로드 모델에 기계 판독용 텍스트 워터마크를 적용..

IT 2026.09.24

도심에선 쓸 이유가 없는 기술 - 저궤도 위성인터넷 정리

스타링크가 2025년 12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1년 6개월에 걸친 규제 절차를 거쳐서요. 그런데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분석은 단기적으로 국내 통신시장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요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기술적으로는 흥미로운데 시장에서는 제한적일 거라는 평가. 이 간극이 왜 생기는지가 이 기술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위성인터넷은 원래 안 쓰던 기술이었다위성으로 인터넷을 하는 건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문제는 지연시간이었습니다.기존 위성인터넷은 정지궤도 위성을 씁니다. 고도 약 36,000km에 떠서 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돌기 때문에 지상에서 보면 한 점에 고정돼 보입니다. 안테나를 한 방향으로 고정해두면 되니 편리하죠.대신 거리가 문제입니다. 신호가 왕복 72,000..

IT 2026.09.24

알고리즘을 공개하면 투명해질까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는 댓글이 유행어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법안이 나오면 문제가 해결될까요.올해 국회에서 추천 알고리즘 규율 입법이 잇따라 발의됐습니다. 설계 기준 공개와 영향평가 의무화가 골자고, 투명성 확보와 정보 공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내 총매출액의 3% 또는 10억원 중 더 큰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안이 포함됐습니다.이 논의가 왜 간단하지 않은지 정리해봤습니다.추천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콘텐츠 기반 필터링은 내가 본 것과 비슷한 항목을 추천합니다. 취향은 맞지만 새로운 걸 만날 일이 없어서 금방 지루해집니다.협업 필터링은 나와 비슷한 사용자가 본 것을 추천합니다. 발견이 잘 되는 대신 인기 항목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행..

IT 2026.09.23

로봇이 달라진 건 몸이 아니라 두뇌다

로봇 데모 영상은 10년 전에도 화려했습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뒤로 공중제비를 도는 영상을 보고 다들 놀랐지만, 그 로봇이 공장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한참 없었죠.그런데 올해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CES 2026에서 나온 얘기의 핵심은 "실험실 시연에서 벗어나 양산형 모델이 나왔다"는 것이었고, 현대차는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조지아 공장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바뀐 게 뭘까요. 하드웨어가 아니라 두뇌 쪽이었습니다.모델이 바뀌었다로봇에 들어가는 AI가 LLM에서 LMM(멀티모달)을 거쳐 LAM(Large Action Model)으로 옮겨가는 중입니다. 텍스트를 다루던 것에서 이미지와 소리를 함께 다루는 단계를 지나, 이제 행동을 출력하는 모델로요.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R..

IT 202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