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링크가 2025년 12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1년 6개월에 걸친 규제 절차를 거쳐서요. 그런데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분석은 단기적으로 국내 통신시장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요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흥미로운데 시장에서는 제한적일 거라는 평가. 이 간극이 왜 생기는지가 이 기술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성인터넷은 원래 안 쓰던 기술이었다
위성으로 인터넷을 하는 건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문제는 지연시간이었습니다.

기존 위성인터넷은 정지궤도 위성을 씁니다. 고도 약 36,000km에 떠서 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돌기 때문에 지상에서 보면 한 점에 고정돼 보입니다. 안테나를 한 방향으로 고정해두면 되니 편리하죠.
대신 거리가 문제입니다. 신호가 왕복 72,000km를 오가야 하니 물리적으로 600ms 이상의 지연이 생깁니다. 빛의 속도라는 제약이라 기술로 줄일 수 없습니다. 웹페이지를 여는 데 1초 가까이 걸리고, 영상통화나 게임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저궤도는 고도를 550km 수준으로 낮춥니다. 그러면 지연이 20~50ms까지 떨어져서 일반 인터넷과 체감이 비슷해집니다.
문제는 낮게 돌면 시야가 좁아진다는 것입니다. 위성 하나가 커버하는 면적이 줄고, 게다가 지구 자전보다 빨리 돌아서 지상에서 보면 계속 지나갑니다. 그래서 수천 기를 띄워야 하고, 단말은 지나가는 위성을 계속 바꿔가며 연결해야 합니다.
즉 저궤도 위성인터넷은 새로운 물리 법칙을 찾아낸 게 아니라, 위성을 수천 개 띄우고 그걸 계속 전환하는 무식한 방식이 경제적으로 가능해진 결과입니다. 발사 비용이 떨어지면서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기술이 좋아졌는데도 국내 시장 전망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단순합니다. 한국은 유선 인프라가 세계적으로 촘촘한 나라입니다.

숫자로 보면 명확합니다. 스타링크 주거용이 월 8만 7천원에 단말 55만원이고, 안내 속도는 다운로드 135Mbps 수준입니다. 도심 기가인터넷은 월 3~4만원대에 훨씬 빠릅니다. 속도와 가격 양쪽에서 경쟁이 안 됩니다.
대체재가 이미 훌륭한 시장에서는 새 기술이 들어갈 자리가 좁습니다. 반대로 인프라가 없는 국가에서 스타링크가 빠르게 성장한 이유도 같은 논리고요.
진짜 시장은 다른 데 있다
그래서 국내 전략은 B2C가 아니라 다른 쪽을 향합니다.
해상. 선박은 육지 통신망이 닿지 않습니다. 실제로 SK해운, 선박관리기업, 물류사 등과의 계약이 먼저 나왔습니다. 위성통신에 보안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로요.
항공. 기내 와이파이가 느린 건 다들 겪어보셨을 텐데, 여기도 위성 대역폭 문제입니다. 국내 항공사들이 도입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도서·산간. 유선망을 깔기엔 가구 수가 적어 경제성이 안 나오는 지역이 남아 있습니다.
백업망. 이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용도입니다. 26일차에 클라우드 장애를 다루면서 단일 장애점 얘기를 했는데, 통신망도 같은 구조입니다. 지상망이 재해로 끊겼을 때 완전히 다른 경로를 하나 갖고 있는 것의 가치는 평소 요금으로 환산되지 않습니다.
남은 문제들
천문 관측 방해. 수천 기의 위성이 반사광을 만들어 관측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천문학계에서 계속 제기됩니다.
궤도 혼잡과 우주 쓰레기. 여러 사업자가 각자 수천 기를 올리면 충돌 위험이 커집니다. 원웹, 아마존 카이퍼, 중국 사업자까지 경쟁 중입니다.
특정 기업 의존. 통신 인프라의 일부가 해외 민간 기업 한 곳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는 정책적으로 민감한 문제입니다. 다른 국가에서도 논의되는 사안이고요.
정리
저궤도 위성인터넷은 "유선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유선이 닿지 않는 곳을 메우는 기술"로 보는 게 정확합니다. 그리고 한국은 유선이 닿지 않는 곳이 유난히 적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이 기술의 국내 의미는 가입자 수보다 다른 데 있다고 봅니다. 지상망과 완전히 독립된 경로가 하나 생겼다는 것. 평소에는 쓸 일이 없지만 필요할 때 대안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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