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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은 배려가 아니라 요건이다

ndev-note 2026. 9. 22. 15:31

화면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접근성 항목을 "여유 있으면 챙기는 것"으로 다뤄본 적이 있습니다. 일정이 빡빡하면 alt 텍스트나 포커스 처리는 뒤로 밀리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이게 법적 의무라는 걸 알고 나면 순서가 달라집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지능정보화기본법에 근거가 있고, 공공기관 전체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민간 사업자가 적용 대상입니다. 2026년에는 민간 적용 범위가 더 확대됐습니다.

기준은 KWCAG

국내 표준은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KWCAG) 2.2입니다. 4개 원칙, 14개 지침, 33개 검사항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원칙만 보면 추상적인데, 각각을 질문으로 바꾸면 명확해집니다.

인식의 용이성은 눈으로 보지 않고도 내용을 알 수 있느냐입니다. 이미지의 대체 텍스트, 영상 자막, 색에 의존하지 않는 정보 전달이 여기 속합니다.

운용의 용이성은 마우스 없이 조작할 수 있느냐입니다. 키보드만으로 모든 기능에 도달할 수 있는지, 시간 제한이 있는 콘텐츠에 연장 수단이 있는지 같은 것들요.

이해의 용이성은 내용과 조작 방법이 혼란스럽지 않느냐입니다. 오류 메시지가 무엇을 어떻게 고치라고 알려주는지가 대표적입니다.

견고성은 보조기술이 정상적으로 읽어낼 수 있느냐입니다. 문법에 맞는 마크업, 커스텀 컴포넌트의 역할·상태 전달이 여기 해당합니다.

자주 걸리는 것들

 

실무에서 반복되는 항목을 추리면 이 정도입니다.

대체 텍스트. 이미지에 alt가 없으면 화면낭독기는 파일명을 읽거나 침묵합니다. 반대로 의미 없는 장식 이미지에 설명을 넣으면 소음이 됩니다. 장식은 alt=""로 명시해서 건너뛰게 하는 게 맞습니다.

키보드 접근. 마우스 호버로만 열리는 메뉴, 닫기 버튼에 도달할 수 없는 모달이 흔한 사례입니다. 개발 중에 마우스를 치우고 Tab만으로 주요 플로우를 한 번 돌아보면 대부분 드러납니다. 포커스 링을 디자인상 이유로 지워버린 코드도 자주 보이는데, 이건 키보드 사용자에게 현재 위치를 숨기는 것과 같습니다.

색 의존. "빨간 항목을 확인하세요" 같은 안내는 색각 이상이 있는 사용자에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아이콘이나 텍스트를 병행해야 합니다.

명도 대비. 연한 회색 배경에 흰 글씨 같은 조합은 고령층에게 특히 어렵습니다. 본문 기준 4.5:1이 권장선입니다.

자동 이동. 자동 재생 슬라이드는 읽는 도중 내용이 바뀝니다. 정지 수단이 필요합니다.

복잡한 UI일수록 어렵다

단순한 페이지는 시맨틱 마크업만 잘 써도 상당 부분 해결됩니다. 문제는 커스텀 컴포넌트입니다.

에디터를 예로 들면, 기본 요소로 만들 수 없는 상호작용이 대부분입니다. 텍스트 선택 상태, 서식 적용 여부, 툴바와 본문 사이의 포커스 이동을 보조기술에 어떻게 전달할지가 전부 직접 설계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KWCAG에도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접근성 인터페이스에 명칭·역할·상태·값을 전달하도록 구현하라는 항목이 있는데, 실제로 이걸 맞추는 건 꽤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여기서 현실적인 판단이 하나 있습니다. 직접 만든 컴포넌트보다 접근성이 검증된 라이브러리를 쓰는 게 대개 낫다는 것. 드롭다운이나 모달 같은 건 특히 그렇습니다. 직접 구현하면 겉보기엔 같아도 키보드 트랩이나 포커스 복원 같은 세부에서 어긋나기 쉽습니다.

키오스크로 확장됐다

웹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와 전자출판물도 접근성 의무 대상에 포함됩니다.

식당과 병원, 공공기관의 키오스크가 장애인과 고령자에게 장벽이 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기준이 강화됐습니다. 기존 설치분에는 유예 기간이 있을 수 있어서 구체적 적용 시기는 소관 부처 공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왜 결국 모두의 문제인가

접근성을 "소수를 위한 배려"로 이해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상황적 제약을 가진 모두에게 닿습니다.

밝은 햇빛 아래에서 화면을 볼 때는 누구나 저시력 상태가 되고, 시끄러운 지하철에서는 자막이 필요합니다. 한 손에 짐을 들었을 때는 조작이 제한되고, 나이가 들면 명도 대비와 글자 크기가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화면낭독기가 읽을 수 있는 구조는 검색 엔진과 AI 크롤러도 잘 읽습니다. 15일차 제로클릭 글에서 다룬 흐름을 생각하면, 구조화된 마크업은 접근성인 동시에 콘텐츠가 인용될 확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정리

접근성은 나중에 붙이면 비싸고, 처음부터 챙기면 거의 공짜입니다. alt 속성을 쓰고 시맨틱 태그를 쓰고 포커스를 지우지 않는 정도는 추가 비용이 사실상 없습니다.

간단한 자가 점검으로는 마우스를 빼고 Tab만으로 주요 기능을 써보는 것, 브라우저 개발자 도구의 접근성 검사를 돌려보는 것 정도를 권합니다. 몇 분이면 되는데 생각보다 많이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