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면을 만드는 일을 하다 보면 "이 버튼을 좀 더 눈에 띄게 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습니다. 대개는 평범한 요구인데, 가끔 경계가 애매한 것도 있습니다. 거절 버튼을 흐리게 하거나, 해지 경로를 한 단계 더 넣는 식이요.
그동안은 판단이 각자의 감각에 달려 있었는데, 이제는 법이 선을 그었습니다. 2025년 2월 개정 전자상거래법이 시행되면서 6가지 다크패턴 유형이 금지됐고, 2026년 7월 21일부터는 위반 시 1천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금지된 6가지

숨은 갱신. 무료 체험이 별다른 고지 없이 유료로 자동 전환되는 것. 구독 서비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유형입니다.
순차공개 가격책정. 처음에 낮은 가격을 보여주고 결제 단계마다 수수료를 붙이는 방식.
특정옵션 사전선택. 마케팅 수신 동의나 유료 부가서비스가 미리 체크돼 있는 것.
잘못된 계층구조.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지만 크고 선명하게, 불리한 쪽은 작고 흐리게 만드는 것. 순수하게 디자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프론트엔드와 가장 직접 맞닿습니다.
취소·탈퇴 방해. 가입은 몇 초인데 해지는 여러 단계를 거치게 만드는 것.
반복간섭. 거절한 사용자에게 계속 같은 걸 다시 묻는 것.
경계가 어디인가
여기서 실무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부분입니다. 기본값 설정이나 재권유가 전부 금지되는 건 아니거든요.

공정위가 2025년 10월 시행한 개정 소비자보호지침이 이 해석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몇 가지 예외가 명시돼 있습니다.
옵션이나 지역에 따라 총액을 미리 정하기 어렵다면, 제외되는 비용과 그 이유를 첫 화면에 안내하면 됩니다. 이전 배송지를 불러오거나 사용자가 직접 설정한 기본값을 적용하는 단순 편의 기능도 괜찮습니다. 재권유의 경우 '7일 이상 다시 묻지 않기'를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예외로 인정됩니다.
정리하면 기준은 대략 이렇습니다. 사용자가 알아야 할 정보를 제때 알리는가, 그리고 사용자의 거절 의사를 시스템이 기억하는가.
실무에서 걸리는 지점
구현 관점에서 몇 가지가 눈에 띕니다.
거절 상태를 저장해야 합니다. 반복간섭 예외를 충족하려면 "이 사용자가 언제 거절했는지"를 서버에 남기고 그 기간 동안 노출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동안 팝업 노출 로직은 대개 마케팅 조건으로만 제어했는데, 이제는 사용자별 거절 이력이 상태로 관리돼야 합니다.
해지 경로의 단계 수가 감사 대상이 됩니다. 가입 플로우가 3단계인데 해지가 7단계라면 설명이 필요해집니다. 두 플로우의 단계 수와 클릭 수를 나란히 비교해보는 게 간단한 자가 점검 방법입니다.
디자인 토큰 레벨의 문제입니다. 버튼 대비를 어떻게 잡느냐는 디자인 시스템에서 결정되는데, 그게 법적 판단 요소가 됐습니다. 긍정/부정 액션의 시각적 위계를 어느 정도까지 두는 게 적절한지 팀 차원의 기준이 있으면 매번 논쟁하지 않아도 됩니다.
A/B 테스트가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전환율을 높이는 변형을 채택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그 변형이 다크패턴에 해당한다면, 의도성을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건 좀 불편한 얘기지만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실효성 논쟁
규제가 생겼지만 체감 변화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다크패턴이 UI 설계 형태로 구현되다 보니 법 적용 경계가 모호하고, 사업자가 설계를 조금씩 바꿔 우회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봅니다. 명시적으로 금지된 여섯 유형을 피하면서도 사용자를 특정 방향으로 미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다만 최소한의 기준선이 생겼다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이거 좀 그렇지 않나요"라고 말할 근거가 감각뿐이었는데, 이제는 조문을 가리킬 수 있으니까요.
정리
화면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이건 제약이 늘어난 것이기도 하지만, 논쟁의 기준이 생긴 것이기도 합니다.
자가 점검용으로 질문 세 개를 꼽자면 이렇습니다. 사용자가 결제 전에 총액을 알 수 있는가, 해지가 가입만큼 쉬운가, 거절을 시스템이 기억하는가. 이 셋이 대부분의 유형을 커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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