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G인데 왜 LTE보다 나은 게 없나." 2019년 상용화 이후 계속 나온 얘기입니다. 보급률은 80%를 넘겼는데 체감이 안 된다는 지적이요.
그 이유가 구조에 있었고, 올해 그게 바뀝니다. 정부가 주파수 재할당 조건에 5G 단독모드 전환을 넣으면서 통신 3사가 모두 움직이기 시작했거든요.
코어망이 LTE였다

지금까지 국내 5G는 대부분 NSA(Non-Standalone, 비단독모드) 방식이었습니다. 기지국의 무선 구간은 5G 장비를 쓰지만, 제어와 관리를 담당하는 코어망은 LTE 것을 그대로 썼습니다.
빠르게 상용화하려는 선택이었습니다. 코어망을 새로 깔지 않아도 되니 투자 부담이 적고 출시가 빠르니까요. 실제로 2019년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도 이 구조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대신 한계가 생겼습니다. LTE 망에 의존하니 상황에 따라 LTE로 전환되고, 5G가 설계 단계에서 내세웠던 초저지연이나 네트워크 슬라이싱 같은 고유 기능을 쓸 수 없었습니다. 속도 숫자는 올라갔지만 그 외에는 달라진 게 없었던 이유입니다.
**SA(Standalone)**는 코어망까지 5G로 운영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5G의 설계 의도대로 동작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KT만 SA 상용망을 구축했고, 그마저 음성통화 서비스에 한정돼 있습니다. SKT와 LG유플러스도 연내 상용화 방침을 밝혔습니다.
역설: 통화가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
여기가 이 전환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SA로 가면 음성통화도 5G망을 쓰는 VoNR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우클라와 옴디아가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VoNR의 통화 연결 시간이 VoLTE보다 느립니다. 작년 하반기 기준 세계 중앙값이 VoLTE 1.87초, VoNR 1.96초였습니다.
국내 상황은 더 까다롭습니다. SKT와 LG유플러스의 VoLTE 통화 연결 시간 중앙값이 0.73~0.99초입니다. VoNR을 상용화한 싱가포르 싱텔의 1.07초보다도 빠릅니다. 수년간 최적화한 결과인데, 전환하면 그 최적화 자산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합니다.
잘 돌아가는 시스템을 더 나은 구조로 옮길 때 겪는 전형적인 딜레마입니다. 통신사 관계자도 "VoLTE도 상용 초기에는 3G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최적화 작업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설명합니다. 일리 있는 얘기지만, 전환 초기에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체감되는 후퇴인 것도 사실입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진짜 변수다

SA가 열어주는 기능 중 사업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건 네트워크 슬라이싱입니다.
하나의 물리 네트워크를 품질 조건에 따라 여러 개의 가상 네트워크로 나누는 기술입니다. 자율주행에는 초저지연 슬라이스, 대용량 영상에는 고대역폭 슬라이스를 각각 할당하는 식이죠.
기술적으로는 합리적인데, 여기서 요금 논의가 붙습니다. 해외에서는 추가 비용을 낸 이용자에게 우선적으로 네트워크 자원을 제공하는 수익 모델이 구상돼왔습니다. 미국에서는 공공안전용 슬라이스를 공공기관에 유료로 제공하는 사례도 있고요.
국내에서도 통신사가 SA를 프리미엄 서비스로 분류해 요금 인상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반대로 통신사 입장에서는 SA 전환에 추가 투자가 들어가는데 수익 모델이 제한적이라는 부담이 있고요. 실제로 통신 3사의 설비투자는 감소 추세였습니다.
21일차 망 사용료 글에서 다룬 구조와 닮았습니다. 인프라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이고, 어느 한쪽 주장만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한편 품질을 차등 제공하는 것이 망 중립성 원칙과 어떻게 조화되느냐도 논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슬라이싱은 기술 스펙상 차별이 아니라 자원 할당이지만, 결과적으로 돈을 더 낸 쪽이 더 나은 품질을 받는 구조가 되니까요.
평가 방식도 바뀐다
과기정통부는 SA 전환에 맞춰 통신 품질평가 체계를 개편할 예정입니다. 최고 속도 중심에서 초저지연, 전력 효율성, 초연결성 같은 SA의 핵심 요소를 반영하는 방향으로요.
이게 의미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5G 품질 논란의 상당 부분이 "무엇을 측정했는가"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NSA 환경에서 측정한 5G 속도는 사실 LTE 대역과 5G 대역이 결합된 결과라, 순수한 5G 성능이 아니었습니다. 과도기 조치로 도입된 '5G-LTE 동시 측정' 방식도 이 왜곡을 걷어내려는 시도였고요.
기술 전환이 지표 정의를 바꾸는 사례인데, 40일차에서 시스템 등급을 사용자 수로 매긴 문제를 다뤘듯 측정 기준이 실태를 반영하는지는 늘 확인할 가치가 있습니다.
정리
SA 전환은 2019년에 팔았던 5G를 이제야 제대로 만드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2030년 목표인 6G로 가려면 어차피 거쳐야 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다만 사용자 입장에서 당장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응답 속도와 배터리는 나아지겠지만 통화 품질은 초기에 불안정할 수 있고, 슬라이싱이 만드는 새 서비스는 아직 구상 단계니까요. 몇 년에 걸쳐 조용히 개선되는 종류의 변화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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